돌깡신선

(2010-03-21 23:46:17, Hit : 4490, Vote : 742)

무소유가 소유욕을 불렀나? 법정스님의 절판 유언의 이유..

한국 종교계의 큰 별들 중에 2 분이 선종, 열반(입적)에 들었다.(열반이라는 말은 아무 때나 쓰는게 아닌거 같긴 하지만...어쨋던...)
작년 2009년 2월에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신지 (선종 하신지) 1년 남짓 한 뒤에 불교계의 큰 별이신 법정 스님이 돌아가셨다 (열반에 드셨다, 혹은 입적하셨다).
이거 고명하신 분들은 죽어도 표현이 어려워서 표현하기도 힘드네...ㅠㅠ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면 뭐 나이가 젊어도 하여간 한 번은 죽는다.
어짜피 죽는다.
하지만 인기인들이 죽으면 그 팬들이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는다.
나 역시 옛날에 내가 좋아하던 남매 뚜엣 가수 중에 오빠가 병으로 죽자 여동생이 따라 죽은 일이 아직도 가슴아프다.(그 여동생을 좋아했었는데...ㅠㅠ)
정치인들이 죽어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럿 죽었는데....그 때마다 파장이 컸었다.

특히 종교인들은 더욱 심하다.
그들은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을 감당하던 사람들이기때문에 그들이 죽으면 그들을 추종하던 사람들이 정신적인 공허감을 느끼게 되어 더욱 허탈감이 크고 상처가 크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은 그들이 죽은 뒤에도 추종자들은 그들의 생전에 했던 말들이나 모습들을 간직하면서 영원히 마음속에서 살게하고 있다.

주자 공자 부처 예수 마호멭 등등 그 들이 죽은 지 수천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의 남긴 말들이나 모습들을 서적이나 사진 혹은 상징물로 바꾸어 간직하면서 그들을 죽지 않는 불멸의 대상으로 여기고 그들에게 의지하고 자신들의 안정을 찾으려고 한다.
이것이 종교다.

상황이 이러니 동시대에 같이 살며 정신적으로 의지를 했던 종교계의 큰별인 존재가 죽었을 경우 그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은 더욱 클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김수환추기경이 마직막 남긴 말 "사랑해라" 또 그의 저서 "바보가 바보들에게"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위하여" "빛속에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등등 많은 말씀들을 간직하려고 하고 있고 그 말과 글들을 통해 새로 태어나고 밝은 빛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법정스님 역시 주옥같은 저서가 너무도 많다.
특히 법정스님은 주기적으로 월간지에 수필 형식의 글을 올리셨었고 저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무소유" "홀로사는 즐거움" "오두막 편지" "연꽃 향기를 들으면서" 등등 조용하고 맑은 샘물 같은 많은 글들을 남겼다.
나도 오랜 동안 그의 글들을 주기적으로 읽기를 좋아해서 즐겨 읽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쩐 일인지 그의 유언에 자신의 저서를 더 이상 출판하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출판사에서 절판을 하게 되어 더 이상 스님의 책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왜 그랬을까?
마지막 가는 길에 어떤 깨달음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글들을 더 이상 출판하지 못하게 했을까?
무소유를 주장 했기 때문에 자신의 글들이 세상에 남겨지는 것이 싫었을까?
과연 그것이 무소유의 이유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에 죽어가는 마당에 자신의 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글을 출판하지 말라는 것은 자신의 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내글이니까 내글에 대한 권리로 출판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정말 무소유를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글이 한 번 써 진 후에는 그것이 어떻게 되던 내것이 아니니 어찌 되었던 간에 그에 대한 의견이나 권리를 주장하지 않아야 그것이 진정한 무소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무소유의 이유에서 자신의 저서에 대한 절판을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송에서는 무소유를 원했기 때문에 자신이 저서도 절판을 유언으로 남겼을 것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후에 자신의 책이 계속 출판되어 저작권으로 발생되는 수익금의 행방이 걱정되어 그랬을까?
이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역시 무소유에 적합하지 않을테니까..
방송으로 법정스님 유언 발표를 들었을 때 나는 이제 법정스님의 책 가격이 비싸지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벌써 중고책 시장에서 법정스님 책 가격이 거의 7~8배가 되었다고 한다.
잘 못 되었다.
정작 글쓴이는 무소유를 주장 했는데 큰 부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무소유를 주장한 이가 오히려 소유욕을 증폭 시켰으니 잘 못 되었으며 이는 절판의 이유가 아닐 것이다.

그럼 절판의 이유가 아마도 자신의 글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을까?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도를 깨달았다고 하면 그것은 이미 도가 아니고 글로 써진 것은 이미 나의 생각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말과 글로써 모든 진리와 깨달음을 적절히 표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진리와 깨달음은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그다지 적절한 이유는 아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절판의 이유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없애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의 존재를 기억할 것이고 그들의 기억 속에 스님은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스님은 이제 세상을 떠났으니 완전히 이 세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그는 사리도 찾지 말라고 했다.
사리는 마치 고승들의 징표처럼 여겨왔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사실 3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화장을 하면 어떤 사람의 몸에서건 사리가 나온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상품화해서 반지를 만들어 주는 사업도 있다.
어쨋던 자신이 떠난 이 세상에 더 이상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고 하지 않는 바로 이것이 아마 스님이 원하는 진짜 절판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어쨋던 스님이 자신의 저서를 절판하라고 한 진정한 높은 뜻은 알 길이 없지만 스님의 저서 절판 유언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글을 좋아하고 그 글들을 통해서 스님과 같이 하고 싶을텐데 또 기억하고 싶을텐데
설사 자신의 흔적이 이 세상에 남아 있다고 해도 스님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데...과연 흔적을 지운다고 있었던 기록 마저 없어질까?

어쨋던 스님 잘 가십시오.
절판을 하건 기억을 하건 그건 살아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이니 가시는 길에 그런 것까지 챙기실 이유는 없지않겠소?

요건 사담이지만...

두 사람이 죽은 뒤 종교의 벽을 넘었다는 기사나 말이 많이 들린다.
뭐 그 전에도 자주 종교의 벽을 넘는다는 소리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천주교인 이면서도 불교인 친구가 있고 불교인이면서도 천주교 기독교에 친구가 있으면 종교의 벽을 넘었다고 하는가 보다...
종교에 벽이라...
유식한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겠지만...
과연 종교에 벽이 있는가?
종교는 정신의 세계이다.
그 정신의 세계에 벽이 있을까?
만약 종교에 벽이 있다면 그것은 경계이고 제한이며 그렇다면 그런 제한은 정신의 세계가 아니고 물질의 세계이며 그것은 종교가 아니고 회원자격을 중시하는 단체 혹은 동호회 일 뿐일 것이다.
아무리 공즉시색이요 색즉시공이라고 하지만 정신세계는 공이 아니요 마음을 비우면 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꽉찬 것이니 그것을 공이라 할 수 없다.
정신의 세계에 벽이 있다....이런 유식한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