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7-11-20 01:21:39, Hit : 3481, Vote : 809)

캔디에게 캔디를 함부로 주지마라...

오늘 금년 겨울 첫 눈이 내렸다.
마침 운동을 마치고 밤 9시 40분 경에 밖에 나오니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첫 눈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 일이 있다.
30여년 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하관 하던 날도 첫 눈이 내렸다.
이후 첫 눈이 내리면 항상 아버지 생각이 난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에게 아버님이 돌아가신 일은 정말 나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던 대 사건이었다.
지금도 후회되는 일은 당시 너무 철이 없어서 아버지 속을 많이 썩혀드렸던 죄송함을 돌이킬 수 없다는데 있다.
만약 아버지가 지금 살아계신다면 나는 최소한 내가 철이 조금은 든 모습을 보여드리며 부자지간의 정으로 그 죄송함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너무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은 그저 나의 철 없는 모습만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걱정하고 계시리라 생각하니 더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거기다가 몇 년전에 어머니 까지 돌아가시고 나니 나는 정말 孤兒(고아)가 되었다.
아니 나이를 이쯤 먹었느니 고아라고 하기는 쬐끔 그렇고 고인(孤人)이 되었다고 하는 편이 더 낫겠다.

어쨋던... 이제 눈을 보니 정말 겨울이 되었구나...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왜? 춥기때문에...
하지만 나는 겨울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한다.
더위에 견디지 못하는 체질 덕에 겨울이 여름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겨울은 없는 사람들에게 정말 견디기 힘들고 어려운 계절인 것만은 사실이다.
추운 겨울에 더운 물이 없어서 찬 물에 씻고 설거지를 해야하는 사람들...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이불을 두껍게 덥고 자도 새벽에는 추워서 깨야하는 사람들...
날씨가 추우면 배는 더 고프기 마련이다.

참 이상하다. 왜 추위와 배고픔은 같이 다니는지?

다 돈이 없어서겠지....
돈이 없으니까 난방을 하지 못하고 더운 물을 뎁힐 수가 없고 먹을 것도 구할 수가 없겠지...

요새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 많다.
엇그제 시청 지하도 였던가? 아니 내가 잘 안가던 곳의 지하철 이었는데....
지하통로에 두꺼운 박스종이로 조그만 통이 만들어져 있는 것을 봤다.
그 안에서 틀림없이 사람이 살리라...
옆에는 추위를 이기기 위한 소주병도 보였다.

이렇게 몸이 춥고 배고프고 힘든 사람들도 많겠지만...
추우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마음이 추운 것일 게다.
물론 몸이 추우니까 마음도 추워지겠지만...
특히 갈 곳이 없고 추위를 같이 녹일 사람이 옆에 없는 사람들....
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더 외롭고 더 슬프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았던 캔디가 울지 않은 이유는 캔디가 씩씩하고 용감한 소녀여서가 아니라고 나는 안다.
아무리 외로워서 울어도 봐 줄 사람이 없고 아무리 슬퍼서 울어도 그를 달래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울지 못했을 것이다.
캔디가 울지 않는다고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고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것을 표현해도 봐 줄 사람이 없다.

곁에 사람이 있다고 외롭지 않고 슬픈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곁에 사람이 없으면 더 더 더 더 외롭고 슬플 뿐이다.
그러면서 견디고 참으면 사람이 굳어지고 용감해진다고 생각하나?
아닐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사람은 점 점 독해진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무감각해지고 살벌해지겠지...

작은 일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그런 대범한 사람이 되겠지....피도 눈물도 없는....
뭐~~~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성공한 사람들...
그렇지만 이면에는 피도 눈물도 없이 항상 훌륭하고 대범하고 의젓하기만 한 ....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서는 인정받고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어려움을 겪는다고 이렇게 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과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주변을 정리하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저승이 되었던 산 속이 되었던....하여간 현재 현실을 떠나는 것이 되겠지....

사람들은 누구나 힘들고 어렵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불쌍하다.
또한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이 가장 크다.
전에도 이야기 했듯이 남의 폐병은 내발의 무좀 만 못 한 법이다.

하지만 내가 추울 때 내가 슬플 때 내가 외로울 때 주변을 보라.... 혹시 나 보다 조금 더 외롭고 슬프고 추운 사람이 없는지....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주변에서

년말년시에는 외로운 이웃을 돕자는 소리가 나온다.
종소리도 들리고 요즈음 TV를 보면 이런 광고도 눈에 띄더라...
책을 사는 대신 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그랬더니 베트남의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커피 한 잔을 참았습니다. 그랬더니 아프리카의 소년에게 한 달 간의 식량이 생겼습니다..... 이런....
참 좋은 광고였다....그렇게 도와야 한다.
분명이 혜택을 줄 수도 있다.
몇 푼의 돈만 아끼거나 쓰다 남은 잔돈을 모으면 충분히 현재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힘들어서 현실을 버린 사람들에게는 찾았다고 함부로 가까이 가서 값 싼 도움을 주려고 하지 마라.
혹시 당신의 존재나 값 싼 도움은 그 사람들을 더 힘들고 더 외롭고 더 슬프게 할 지도 모르니까.....
그게 싫어서 그들은 현실을 떠났으니까.....

그들의 외로움과 슬픔과 고통을 같이 공감하고 나누려는 각오가 되어있기 전에는 절대로 절대로 함부로 가까이 가지 마라....

캔디에게 필요한 것은 캔디가 아니고 외로움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니까!

나비공주 (2008-01-07 20:12:33)

현실이 아파서 현실을 버리던 기억..
그래서 현실을 버린 사람 곁에는 아직 다가서지 못합니다.
넘 아파서..아직도..

외로움과 슬픔을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주 강한 사람이거나 현실을 버려본 기억이 없거나..
그런 사람에게나 가능하지 않을런지요?

남들은 당연히 하는 일이언만
저는 평생에 걸쳐서 한 일..현실 속에서 사는 일이었습니다.
그저 꾸역꾸역 살다가 숨이 끊어지기를 기다리던 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