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5-04-01 14:56:59, Hit : 4367, Vote : 920)

없어진 양말 한짝

없어진 양말 한짝

<혹시 고양이들이 넥타이로? 혹시 고양이가 발에 신었을까? 공연한 의심과 오해가 불편한 관계를 만든다 >

한 두 달전에 빨래할 때 였습니다.
날씨가 좋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느라고 (ㅎㅎ 아줌마 냄새가 확확 나네.. ^^) 흰 빨래 색깔 빨래를 구분해서 두번에 걸쳐 빨래를 했습니다.

먼저 건조대에 흰빨래를 널고 색깔빨래가 다 되어서 색깔 빨래를 널었습니다.
다 마른 빨래를 정리하는데 이상하게 양말 한짝이 없어진거에요..
빨래를 건조대에 널때는 양말들의 짝을 맞추지 않고 널었으니까 짝이 맞는지 안맞는지 몰랐는데 거둘때 보니까 양말이 한짝 없는거에요..

거 참 이상하다.
빨래통에서 나오지 않았나? 하고 다시 빨래통을 들여다 봐도 없고.. 혹시 건조대에서 바람에 날려 어디 떨어졌나 싶어서 주변을 다 돌아봐도 없는거에요..

그 양말은 전에 선물 받은 건데 무늬가 좀 요란해서 다른 양말하고는 달리 금방 눈에 띄는 양말인데 이게 어디를 갔을까?
만약 사람이 가져갔다면 양말을 한짝만 가져갔을리는 없고..

급기야 동네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에게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히 의심가는 넘이 두 녀석 있었는데 ..
한 넘은 누렁이 넘이고 한넘은 꺼멍 점백이 고양인데..
이넘들은 항상 집 뒤에서 밤새 야오옹 야오옹 하면서 싸우고 특히 누렁이는 가끔 낮에 저랑 마주쳐도 도망가지도 않고 째려보기도 하고 얼굴에 흉터가 있어 인상도 고약한 넘입니다.

음... 틀림없이 이 넘들이 물고 간게 틀림없어..
주변에 쓰레기 봉다리도 뜯어놓고 뒤꼍에 끙아도 해 놓는 이 넘들이 틀림 없이 물어간거야..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더 넓은 지역을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구석 구석을 돌아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탐문 수사를 벌이고 싶었지만 주변 고양이와 강아지들에게 물어봐야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도 없었습니다. (탐문 수사 방법은 가끔 마주치는 고양이들에게 야~아옹 야~아옹 하고 몇번 물었보는 정도 입니다 ㅎㅎ)
그러다 보니 고양이들에 대한 의심은 더욱 짙어만 갔고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혹시 저놈이 아닐까? 하고 의심에 찬 눈초리로 고양이의 발을 쳐다보기만 할 뿐 ( 쳐다봤자지만.. 고양이가 그 양말을 신고 다니겠어요? 아니면 머리에 쓰고 다니겠어요? 그래도 한번은 눈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 내가 좀 이상한건지..? 하여간 사람이 의심을 한번 하기 시작하면 이렇게 되더라니까요... ) 어쩌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저러 수사가 공전되면서 시간이 흘렀고 점점 양말 한짝 분실 사건이 저의 관심에서 멀어져갔습니다.
그래도 가끔 양말을 신을 때마다 보이는 짝 잃은 양말 한 짝이 애처러워 보일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정말 놀랐다는 거 아닙니까?
그 동안 빨래 해놓고 안 입고 있던 셔츠를 입는데..
오랜만에 셔츠를 입으려고 왼쪽 팔을 셔츠 소매에 넣는 순간 뭐가 턱 걸리는거에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안에서 소매가 꼬였나? 생각하며 손을 쭈욱 밀었더니 소매 끝에서 없어졌던 양말이 쏘옥 밀려나오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
빨래 하는 도중에 양말 한 짝이 빨래통 속에서 셔츠 소매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지금까지 그 속에 숨어 있었다는 거 아닙니까?

결국 양말 분실 사건은 양말 스스로 벌인 자작극으로 막을 내려 쓴 웃음을 짖게 했지만 그동안 용의자 선상에 올려져 쓸데없는 의심 속에서 따가운 저의 눈총을 받아야만 했던 주변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번 일이 양말 한짝에 불과한 일이고 용의자들이 주변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이어서 이만했지 만약 우리가 살아가면서 실제 생활에 확실치 않은 미심쩍은 사건과 오해로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거나 불편한 관계가 되는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들한테 고등어 통조림이라도 줘야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