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6-09-26 22:35:41, Hit : 3731, Vote : 811)

왜 안고쳐지는걸까?

오늘 추석을 앞두고 미리 동생과 아버지 산소를 다녀오기로 했다.
약간 이르기는 하지만 사실 예년에 비하면 추석이 조금 늦은감도 없지않고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미리 다녀와야하겠기에 약속을 하고 동생을 데리러 갔다.

요즈음에는 기름값도 비싸고 주차할 데도 마땅치 않고 가게에 하루종일 있으니 차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기에 벌써 일년 넘게 거의 차를 운전하고 다니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오늘같은 날은 어쩔 수 없이 차를 운전할 수 밖에 없다.

오랜만에 차를 운전하니 여기저기 길이 막히는데다가 자기 마음대로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차들 때문에 짜증도 나고 오래 기다리고 있을 동생을 생각하니 마음은 한없이 급하기만 했다.

차가 동대문 앞에서 혜화동쪽으로 직진을 하려는데 길이 어찌나 막히는지 도대체 차가 진행을 하지 못한다.
동대문 앞 교차로에 가서 보니 차가 밀리는데 막무가네로 직진신호만 보고 사거리 교차로 안으로 밀고 들어온 차들이 신호가 바뀐 다음에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른 방향의 직진 차량을 막고 있는데도 또 다른편에서 차들은 밀려오고 서로 엉켜서 길이 계속 막히기만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은 이미 10년이 넘게 일어나고 있는데 한 때 잠깐 경찰이 단속을 한다고 해서 조금 뜸해지나 했는데 요즈음 다시 단속도 하지 않고 사거리 마다 이러한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을 때는 별로 눈에 거슬리지 않았는데 이렇게 직접 운전을 하니 왜들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하나 하고 짜증이 났다.

드디어 한참을 지나 내가 진행해야 할 차례인데 반대편 차선에서 좌회전신호를 받고 사거리 교차로에 꾸역꾸역 밀고들어온 차량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교차로를 막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어 직진을 하려해도 앞이 막혔으니 나갈 수가 없는데 내 뒤에서는 신호가 바뀌었으니 직진하라고 빵빵거리고 난리가 아니다.
할 수 없이 교차로를 막고 있는 좌회전 차량들을 피해 왼쪽으로 조금씩 밀려가며 전진하고 있는데 사거리 중간 쯤 왔을 때 신호가 바뀌며 오른쪽에서 차들이 밀고 들어오고 내 앞을 막고 있던 좌회전 차량들은 이 때를 틈타 재빨리 빠져나가고 이제는 나와 몇몇 차들이 사거리 중앙에 오도가도 못하고 서있게 되었다.

그러니 이거 참 난처한 판에 저편에서 오던 봉고차 운전수가 나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는게 보였다.
야~~ 이거 완전 뚜껑 열리는 판이다.
참 미치겠더구만....
내가 잘 못 한게 아닌데 ..
정작 내 앞을 틀어막고 있던 차들은 빠져나가고 내가 그 대신 길을 막게 되었으니 욕은 고스란히 내가 다 먹고 있었다.
가뜩이나 짜증이 나는 판에 나도 같이 나에게 욕을 하는 봉고차 운전자에게 맞대응을 할 수 밖에 ...
당신 가던 길이나 가!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거 아냐!

간신히 다시 신호가 바뀔 때 겨우 사거리를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이런 것이 고쳐질까?
참 답답했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도 똑 같은 일이 항상 일어나곤 했다.
사거리에서 자신이 있는 방향의 신호만 보고 차가 밀리는데도 무조건 빨리 가려는 욕심에 사거리 교차로 안으로 진입을 한 뒤에 미쳐 빠져나가지 못하고 길을 막게 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신호만 보고 사거리에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또 사거리 교차로 안으로 진입하고 결국 서로 엉켜서 길만 더 막히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누구에도 득이 되지 못하는 바보같은 일이 계속 일어났다.

여기에 경찰이 한 두 달 동안의 계몽기간을 두고 지도를 한 뒤에 단속을 시작했다.
무조건 신호가 바뀐 상태에서 사거리 교차로를 빠져나가지 못한 차량에게는 20만원(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안나지만 매우 많은 금액) 정도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교통 위반자 교육에서도 이를 몇 번씩 강조하여 교육을 병행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한 달 정도를 단속을 하자 정말 거짓말 같이 이런 악순환이 싹 없어졌다.
이제는 아무리 직진 신호가 바뀌어도 교차로 건너편에 자신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확보되기 전에는 절대로 사거리 교차로에 진입을 하지 않는다.
뒤에서 직진하라고 빵빵대는 일도 절대로 없다.
그러면서 교통의 흐름도 부드러워지자 이제는 과태료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빨리 가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막힌 교차로안에는 진입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게 안 될까?

이것 외에도 한 때 잘 개선되어가는 듯이 보이던 버스들과 택시들의 난폭운전 역시 다시 고개를 들고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아니 원점으로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지능적으로 더 악화되는 것들도 있다.
왜 이렇게 조금 나아지는 듯하다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다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걸까?

누구는 이게 우리민족의 민족성이라고도 했다.
정말 그럴까? 정말 이게 우리민족의 민족성일까?

나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민족성이 아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잘못된 교육의 결과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일등 만을 강요받는 교육을 받은, 과정은 중요시 하지 않고 결과만 중요시 하는 그런 교육을 받은, 남들은 어찌 되었건 나만 잘 되면 되는 그런 교육을 받은, 남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그런 교육을 받은 우리들의 현실이고 모습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교육에 대해서 말만 많지 실제로는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입으로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 운운 하지만 결국에는 시험잘보는 기계를 만드는 공장으로 바뀌고 만다.
학교는 의무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다니는 것이고 공부가 아니라 시험보는 요령은 학원에서 연습하는 교육과 공부가 없는 현실이 우리를 이렇게 한심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근본이 잘 못 되면 그 결과는 사회, 경제, 정치 여기저기 모든 곳에서 다 나타나게 되어 있다.
근본적인 교육을 바로 세우지 않고 여기저기 문제가 생길 때 마다 그 문제에 대해서만 땜빵 대책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절대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