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7-04-01 17:58:20, Hit : 4000, Vote : 816)

며칠전 비오는 날... 완물상지(玩物喪志)!

옛말에도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을 봄날씨에 비유했듯이 봄에는 비도 오락가락 여자의 마음도 싱숭생숭 참으로 변화가 많은 시기이다.
여자는 봄에 울고 남자는 가을에 운다고 했던가...? ^^

오늘 하려고 하는 얘기는 봄 날씨와 관계가 있는 얘기는 아니고... 뭐라고 할까? 질량 불변의 법칙이랄까? 복수(福受 사람이 받은 복) 불변의 법칙이랄까? 왜 인간이 필요없는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한다.

수요일인가? 목요일인가? (오락가락 기억이 날 듯 말 듯 봄 날씨 같은 내 기억력 ㅠㅠ) 아침에 일기예보를 들었더니 비가 오신단다.
나는 집과 가게에 큰 우산을 하나씩 비치를 해두고 있다.
아침에 비가 오지 않다가도 오후에 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하듯이 집과 가게에 주로 쓰는 큰 우산을 하나씩 항상 같은 자리에 두고 있다.

그 외에 조그만 우산들도 몇개 있지만 이 큰 우산 두 개는 지금 몇 년째 아주 잘 애용해오고 있는 중이다.
원래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덕분에 마음에 드는 물건은 오래 쓰는 습관이 있다.

그 날도 집에서 나오는데 비가 조금씩 뿌리길래 큰 우산을 들고 나왔다.
약간씩 흩뿌리 듯 내리는 비는 그다지 오래 올 것 같지 않았다.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자 빈자리가 많이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자리를 정해서 앉으려는 순간 자리 한 쪽 구석에 접는 소형 우산이 놓여 있었다.
우산이 작고 비가 많이 오지 않았기 때문에 먼저 자리에 앉았던 손님이 깜빡 잊고 놓고 내린 듯이 보였다.

순간!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흠~~ 우산을 잃어버린 손님에게는 안 되었지만 어짜피 이것을 찾으려고 돌아오지는 못 할테니까... 자기 합리화와 위로를 하면서 슬그머니 그 우산을 집어들어 주머니에 넣었다.
3단으로 접히는 소형우산이라서 비상용으로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 아주 안성마춤인 크기였다.
그리고는 비가 거의 그쳐 우산을 쓸 일도 없어 그 날은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한편으로는 공짜로 유용한 우산이 하나 더 생겨서 므흣한 기분도 들고 히히히...

이틀 뒤인가? 하루 뒤인가? (기억력의 한계) 아침에 날씨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게에 나올 때 당연히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갈 때 쓰려고 가게에 비치해 놓은 큰 우산을 찾는데 어? 우산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자리에 우산이 있어야 하는데...
가게를 온통 다 뒤집 듯이 찾아봤지만 끝내 그 우산은 나타나주지 않았다.

어허~~ 이거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벌써 몇년째 쓰고 있는 우산이다, 이렇게 쉽게 어이없이 기억을 남기지도 않고 없어질 우산이 아닌데... 도대체 왜 우산이 없어진 것일까?
혹시 지난 번에 옆 가게에 갔을 때 들고 갔었는데 그곳에 놓고 온 것이 아닐까?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해보고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직접 가서 또 확인을 해봐도 정말 없다.

이런! 순간 머리를 스치는 한 생각!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것이요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을 것이어서 주어진 복은 커지지도 줄지도 않을 것이다.
이것이 에너지 불변의 법칙? 아니지 질량불변의 법칙? 아니지 수복(受福) 불변의 법칙이 아니겠는가?

팔자에 없는 복은 화를 부르고 팔자에 없는 돈에 욕심을 부리면 자식이 망가지며 타고나지 않은 명예가 오히려 얼마나 많은 망신과 고통을 동반하는지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주은 그 작은 우산을 쓰고 오면서 아하~~~ 하늘은 절대로 정하지 않은 복은 내리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내가 그 우산을 주은 것이 과연 내것이 아닌 남의 물건에 보인 견물생심의 흑심이었는지 아니면 하늘에 내게 큰 우산을 대신해서 내려준 하늘의 선물인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즉 내가 남의 잃어버린 물건을 습득해서 내 우산이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 우산이 없어져서 우산이 하나 더 생긴 것인지? 알이 먼저 일까? 아니면 닭이 먼저일까?

우리는 물질에 지식에 명예에 많은 욕심을 내면서 살고 있고 얻고 있고 어떤 때는 무리를 해가면서 기를 쓰고 얻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재산을 얻기도 하고 높은 명예와 지위를 가지기도 한다.
그게 과연 자신에게 합당한 재물이고 명예일까? 과연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혹시 잃은 것은 없을까?

옛 중국에 주나라를 세운 무왕은 건국의 공신들에게 각지에 제후로 봉하고 더불어 먼 나라에도 사신을 보내어 자기의 문덕과 무공을 전하고 신하로서 자신을 왕으로 섬길 것을 요구하였다.
어느 날 서방의 먼 곳에 자리잡은 여(旅)나라의 사신이 와서 큰 개 한 마리를 헌상했다.
무왕은 이 진기한 선물을 기쁘게 받고 사자에게 큰 선물을 내렸다.
이것을 본 태보(太保) 소공(召公)이 글을 올려 다음과 같이 간언했다.
사람을 가지고 놀면 덕을 잃고(玩人喪德), 물건을 가지고 놀면 뜻을 잃습니다(玩物喪志).
이 말을 듣고 무왕은 은나라의 멸망을 교훈삼아 큰 개는 물론 헌상품을 모조리 제후와 공신들에게 나누어 주고 정치에 전념했다 는 며칠 전에 읽은 얘기가 생각났다.

玩人喪德玩物喪志!

사람에게 주어진 복은 그 크기가 일정하여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을 것이다.
쓸데없이 주어지지 않은 것에 욕심 부리지 말고 주어진 것을 잘 지키는 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꼭 잃어버리고 난 뒤에 알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작은 우산은 지금은 쓰기 괜찮지만 여름이 되어 비가 많이 오면 큰 우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 결국 나는 손해를 본 것이 아닐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