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6-03-02 21:33:12, Hit : 3656, Vote : 895)

자연의 지혜 꽃샘 추위....

벌써 세월은 흘러 2006년도 두달이나 지나버리고 봄의 시작이라는 3월에 들었다.
이미 2월 4일 입춘이 지났으니 봄이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양력 3월 5,6일에 땅속에서 개구리가 나온다는 경칩이 지나서부터가 본격적인 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이 되면 추운 겨울의 한파는 어느 새인가 물러가고 따뜻한 동남방 훈풍이 불어 겨우내 죽은 듯이 보였던 나뭇가지에도 새싹이 나고 거멓게 변했던 산이나 들의 마른 땅에도 파란 새싹들이 돋아나며 세상은 온통 싱싱한 푸른 생기로 뒤덮힐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봄이 되어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언 땅이 녹으며 살을 에이는 듯한 추운 겨울의 기운이 물러 갔어야 하는 3월에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꽃샘 추위인가? 풀리는 듯하던 기온은 영하로 떨어지고 하늘에서는 때 늦은 눈발이 날린다.

가게의 실내 온도가 난로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영상 18도에 이르고 전혀 추운 기색이 없어 약 10일 전에 난로를 치웠다.
그랬더니 웬걸? 금방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봉우리가 활짝 필 것 같던 봄기운은 어디로 가버리고 바깥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눈발이 날리고 냉냉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있다.
가게의 실내 온도는 분명 영상 17도를 가리키고 있는데 발은 시렵고 공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평소에도 자연의 여러 모습에서 순리를 찾고 인생의 가르침을 구하고 있던 터에 매년 찾아오는 이 꽃샘 추위를 통해서 "역시 인생도 자연의 법칙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된다.

60평생이 되었건 80평생이 되었건 우리네 인생에도 여러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하는 농부의 한 여름 같은 계절이 있는가 하면 추수하듯 일의 좋은 성과로 축배의 잔을 높이 들고 노래를 부르는 가을이 있는가 하면 어려움과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얼어버린 듯 죽은 듯이 꼼짝 못하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만을 기다리며 참고 견디어야 하는 겨울이 있기도 하다.
이렇게 오랜 겨울을 죽은 듯이 버티고 있다가 봄의 소식이 오면 기대에 부풀고 무엇인가 일을 하기 위하여 꿈틀꿈틀 기나긴 겨울 잠을 깨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에게도 지난 2001년부터 5년간은 내인생에서 정말 돌이키기 싫은 영하 30~40 도의 시베리아의 엄동설한에 비유할 만한 견디기 어려운 겨울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건강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잃어가면서 참고 견디고 비틀비틀 끝까지 넘어지지 않으려고 생명의 동아줄에 매달려 버티고 버티었다.

그 동안 이 추운 5년이 빨리 지나고 따듯한 봄바람이 부는 2006년이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주변에 지인들에게 수 없이 2006년이 되어야 내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면서 쓰러지려는 나 자신을 스스로 부축해 가면서 버티었다.

드디어 2006년 입춘이 되었을 때 얼마나 좋왔는지 고혈압의 압박 속에서도 자축 겸 풍수선생님들과 한 잔하고 귀가 길에 지하철역에서 봉변을 당하면서 잉? 이거 순탄치가 않네? ㅠㅠ 하긴 했지만 그래도 봄소식의 기대 만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한 달....

분명히 봄은 왔건만 꽃샘 추위가 장난아니다.
년초부터 골치 아픈 일이 연속 터지는데....
이거 모야? 봄 온거 맞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어렵게 힘들게 한 가지씩 일은 해결 되어가고 봄 기운은 분명히 느껴진다.
봄 소식도 들었다.

그러나 봄은 왔지만 봄이 왔다고 금방 따뜻한 봄바람에 나비가 날라 다니는 것은 아니다.
2월(양력 3월?) 한파에 장독이 얼어 깨진다고 했다던가?
어느 날은 봄 바람으로 꽃망울을 금새 터뜨릴 것 같이 따뜻한 바람이 불다 어느 날은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듯한 엄동설한의 한파가 불다가 다시 또 훈풍, 한풍, 훈풍, 한풍 ...... 풀리는 듯 다시 얼어 붙는 듯 그러다가는 다시 풀리는 듯 반복하며 기어이 봄은 찾아오고야 만다.

인생의 봄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모든 것이 풀리는 듯 한 기분이 드는 순간에 어? 이거 모야? 하는 어려움이 끼어들고 어렵게 해결하고 이제는 되었겠지 하면 또 한파가 몰아치고.....
이런 시기에 가장 조심해야 한다.

감기는 너무 추운 겨울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는 추위가 물러갔겠지 하는 그 방심한 순간에 걸린다고 한다.
사람이 정말 고생스러울 때는 오히려 긴장감으로 병들지 않다가 이제야 비로소 한 숨 돌리게 되었다고 긴장을 푸는 순간 방심에 운명을 달리 하는 경우도 보았다.
복권으로 한 순간에 부자가 된 사람이 더욱 불행해 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오랜 동안 굶었다가 먹을 것이 생겼다고 한 순간 밥을 많이 먹으면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큰 병을 얻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소량의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두고 회복을 해야하는 것처럼 추운 겨울이 지났지만 갑자기 따뜻하고 더운 바람이 불면 혹시 잘 못 될 까 걱정되어 준비한 자연의 지혜가 바로 꽃샘추위라고나 할까?

어느날 갑자기 돌아보면 아~~~~ 이제는 완연한 봄이로구나 하는 확신이 드는 그 날 까지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의 세월은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봄이 바로 코앞인데 여기서 장독을 깨뜨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忍 !(참을 인, 견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