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8-11-15 23:38:19, Hit : 3807, Vote : 900)

아이를 가르치는 엄마는?

오늘 서예 공부하는 곳에서 일어난 일 하나를 올려보려 한다.
3년 전 이 맘때 서예를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벌써 해가 세번이나 바뀌었다.
정말 하루하루가 그냥 지나는 것 같은데 그동안 과연 서예 실력이 얼마나 쌓였는지는 나 스스로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가 쓴 글이 어떤 곳에 현판 비슷하게 걸려 있기도 하다. ㅎㅎ

서예를 처음 배울 때 우리 탄월 이영진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3년 동안 열심히 글을 써야 어디가서 글 좀 씁니다 하고 말을 할 수 있고 10년은 써야 어디다 작품을 낼 수 있다고 했던가?

하여간 문화센터의 교실은 3달에 한 번씩 새로 개강을 하는데 서예 같은 경우는 기존의 회원들이 10년동안 계속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에 공부가 완료되는 시기가 없다.
그래도 11월에 개강하는 반에 새로운 회원이 제일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대부분 6달 안에 모두 그만 두는 편이다.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시작하기는 쉬워도 그것을 계속 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다.

이번 새로운 반에는 전과 달리 어린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다.
7살 8살 어린 학생들이 5명이나 들어왔다.
서예반 회원 전체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이고 내가 그중에서 3번째로 어린 학생인데 갑자기 7~8 살의 어린 학생들이 5명이나 들어왔으니 반에 새로운 기운이 확 돌았다.

그런데 학생들이 어리다 보니 엄마가 따라왔다.
엄마가 7살 먹은 새로운 학생 옆에 앉아 서예지도를 하는데 엄마 역시 학생과 마찬가지로 서예의 서자도 모르는 초보다.

그런데 어린 학생이 선생님에게 체본을 받아 그것을 붓으로 따라 쓰는데... 아직은 뭐 쓴다기 보다는 따라 그리는 수준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붓을 잡은 손 모양이라던지 글씨 쓰는 속도가 매우 야무지고 좋왔다.
저대로 계속 한다면 3년 뒤에는 아주 잘 쓰는 글씨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옆에서 자꾸 잔소리를 한다.
물론 처음에는 간단한 몇 마디가 도움이 되었다.
팔을 들고 쓰라던지 붓을 똑바로 세워서 쓰라던지 ...그러더니 점점잔소리가 많아지며 사사건건이 글자의 획 모양까지 간섭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오늘 처음 글씨를 쓰니까 글씨의 모양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엄마는 "여기봐봐, 여기 위의 획 길이가 길쟈나? 여기는 더 길게 해야지." "여기서 똑 바로 내려야지..." 등등

그러니 아이가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고 머뭇머뭇 글을 쓰지 못한다.
한 획 한 획 그을 때 마다 엄마의 눈치를 보고 엄마의 OK 싸인이 나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마 역시 아이 옆에서 붓 들고 같이 연습을 하는데 아이보다 전혀 나을 것이 없이 오히려 아이보다 글쓰는 모양이나 속도가 빠르고 좋지 않다.
그런데도 아이에게는 계속 잔소리를 하니 옆에서 보기 딱해서 한마디 했다.

아이에게 너무 잔소리 많이 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안되는게 당연합니다.
지금은 붓과 친해지는게 필요하니까 글씨의 모양이 어떻게 되었건 그건 별로 큰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은 어른보다 빨리 배우기 때문에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흥미를 갖게 해야지 자꾸 그렇게 옆에서 간섭을 하면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아이는 금방 싫증을 느껴 공부를 그만 두게 되고 딴 짓을 하게 됩니다.
항상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성장할 때 보면 엄마들이나 부모들이 문제에요...

그렇다.
이건 비단 지금의 서예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학습에서 심지어 학교공부가 끝나면 취업에서.... 나아가서는 결혼까지.... 후에는 재산 증식과 심지어 장례까지 부모가 간섭하려고 한다.
부모가 죽기 전에 아이들의 묘까지 장만해 놓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즉 부모가 아이의 평생을 책임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부모들이다.

그런 부모의 보호와 혜택을 받으면서 클 수 있는 것은 행운이기도 하다.
하지만 먼 장래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성장한 아이는 스스로 문제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고 점점 약해질 것이다.
실제로 약핸진다.

아이들은 나라의 장래이다.
아이들이 점점 약해진다는 것은 나라의 장래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과 같은 국제경쟁시대에 있어서 지나친 부모의 간섭은 아이를 점점 퇴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자 이제 우리의 아이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만히 놔두고 지켜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보자.
부모 스스로도 성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