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4-10-13 19:39:47, Hit : 3251, Vote : 815)

평상시의 무사함에 감사합니다.

요새 기온이 뚝 떨어지는게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덥다고 에어콘 틀어놓고 있었던 것이 바로 며칠 전 같은데 버얼써 옷깃 여미게 되고 춥다고 웅크리게 되는걸 보고 속으로 웃었습니다.
참 인간이 간사하구나....
요 정도의 날씨 변화에도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을 하다니 ... ^^

이틀 전에 말이죠 아침에 운동을 하러 갔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전 8시반 정도까지 하루 걸러 운동을 하는데 서초동에 체육관이 큰길 뒤에 즉 이면도로에 입구가 있기 때문에 걍 도로가에다 주차를 하곤 했습니다.
이면 도로가 꽤 넓어서 길가에 차를 세우면 차 두대가 너끈히 통과할 수 있는 도로폭이기도 하고 또 이른 아침이니까 주차단속 같은 것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별 생각없이 전과 같이 주차를 하고 운동을 했습니다.

그날 따라 운동이 좀 늦게 끝나서 샤워하고 나오니까 9시가 다 되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딱 나와서 보니까 차가 없는 거에요.

엥? @_@ ????? 이게 뭐야?
분명히 여기 있어야 될 차가 없는거에요..
참 기가 막히더라구요.

순간 내가 다른 곳에 주차를 했나? 하고 생각해 봤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여지까지 1,2년 차를 세운게 아닌데...

차가 있던 자리에 가서 둘러보니 견인 안내장이 붙어있더라구요. ㅠㅠ
아침 8시 15분에 끌어가셨더라구요.
우와~~~ 순간 뚜껑이 탁 열리면서 스팀이 취~~익하구 나오는데 이거 눈에서 불이 확 나더라구요.

새벽에 운동나가느라 보통은 지갑을 가지고 가지 않는데 그날은 어째 지갑을 가지고 가고 싶더라구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ㅠㅠ
은행에 가서 ATM 으로 현금을 인출해서 택시를 타고 양재동으로 갔습니다.

양재천인가 아래쪽에 보니까 끌려온 차가 많지도 않은데 거기에 불쌍한 제차가 강제로 끌려와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막 해댔습니다.
아니 월요일 아침에 출근 시간도 안된 시각에 뒷골목에 세워둔 차를 끌어가는 법이 어디있느냐고요.
xx, XXX 막 섞어서 험한 말을 막 하는데 거기 있는 사람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더라구요.
좋은 얼굴로 걍 4만 얼마라고 얘기하길래 돈을 내고 출차증인가 영수증인가 받아가지고 나왔습니다.

밖에 나와서 차 있는데를 가는데 또 사람이 있어요.
거기서도 막 험한 말을 했습니다.
아니 월요일 아침에 8시에 큰길가도 아니고 뒷골목에서 차 끌어가는 법도 있냐고요.
역시 별 대꾸가 없더라구요.
뭐라고 그러면 한바탕 해댈 판이었는데 .....
할 수 없이 그냥 차 끌고 왔습니다.

2일 뒤인 오늘 다시 운동을 갔습니다.
차를 안전하게 주차장에 빈 곳이 있어서 세우고 운동을 하는데 자꾸 마음에 걸리는 거에요.
오늘은 분명히 안전한 곳에 차를 세웠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샤워는 집에 가서 해야지 하면서 일찍 나왔습니다.
물론 차는 주차장에 잘 있고요.

집에 와서 차를 세우면서 휴~~ 오늘은 무사히 돌아왔구나, 참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이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 당연한 일에 내가 다행이라고 감사하는구나.

우리들은 평소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잘 지나게 되면 무료하다느니 좋은 일이 없다느니 불평을 합니다.
그러다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덜컥 마음이 앉게 됩니다.
그런 다음에야 평상시의 무사함에 감사하게 됩니다.

병을 심하게 앓아본 사람들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감사하고 돈을 잃어본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은 그만두고 잃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하고 도둑을 맞아본 사람들은 ...... 등등 ....

그렇습니다.
우리는 평상의 범사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제부터라도 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습관화 해야겠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 잠들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