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4-11-11 20:14:52, Hit : 3366, Vote : 917)

좋은 학군, 맹모삼천지교

우리나라 가정이 이사를 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식들의 좋은 교육환경 때문이다.
K씨 역시 자식의 학업에 관심이 매우 높은 40대 초반의 주부이다.
딸 둘을 가진 K씨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부터 남편에게 거의 반 협박조로 강남의 좋은 학군으로 이사할 것을 종용했다.
결국 이들은 개포동으로 이사를 했고 큰 딸을 K 여고에 입학 시킬 수 있었다.
주변의 친구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한턱을 내는 등 자신의 계획대로 일이 잘 진행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했으며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딸이 1학년 2학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부모의 말을 잘 따라주던 아이가 반발을 하며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때는 똑똑하고 공부도 잘해서 기대도 컸었는데 갑자기 이러한 행동을 하니 매우 놀랐지만 아이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사춘기려니 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2학년이 되자 아이의 성적이 최하위권으로 밀려나고 행동이 불량해지기 시작했다.
학교 선생님의 이야기로는 이 성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절대로 갈 수가 없다고 하나 아이는 아이대로 자존심이 있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이 아니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한다.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창피한 것만 따지니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니었다.
높은 집값에도 불구하고 단지 아이의 학업만을 위하여 무리를 해가며 이사를 왔는데 오히려 그 결과는 엄청난 실패였던 것이다.

남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던 K씨는 학교로부터 청천벼락과 같은 말을 들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는데 하필이면 그 일에 주동을 한 것으로 되어 징계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라는 것이다.
K씨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곳도 없고 고민하던 중에 상담실을 찾아온 것이다.

우선 아이의 사주를 풀어보니 중학교 다닐 때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운이 나빠지기 시작했으며 2학년 때에는 아주 흉한 운이었다.
이 나쁜 운이 앞으로도 2년간을 더 갈 운이었기 때문에 아이의 대학 진학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중학교 때까지 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던 아이가 갑자기 살던 동네와 학교를 바꾸게 되어 과열된 학업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적응에 실패하자 학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게 된 것이다.

결국 학교에 부모가 찾아가서 사정을 하고 심한 고역을 치룬 후에야 겨우 전학을 면하게 되었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여간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이 아니었다.
후에 아이는 대학을 가지 못하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아이의 사주와 운을 알아서 무리하게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먼저 살던 동네에서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둘째 딸은 언니의 전철을 밟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하여 부모의 마음에 조금은 위안이 되고 있지만 이후 K씨는 아이들의 공부 문제를 주변에 이야기하는 일이 없어졌다.
당시에 얼마나 혼이 났던지 그 후로는 주변에서 아이들의 공부에 관한 이야기만 해도 과거를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자식에게 좋은 공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3번씩이나 이사를 한 맹자의 어머니와 같은 열성을 가진 우리나라 어머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조건 좋은 학교를 보낸다고 아이가 다 공부를 잘하고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의 사주와 운을 미리 알아 그에 맞게 공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작정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하는 것 보다 아이들을 위하여 훨씬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