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05-03-05 21:28:08, Hit : 5090, Vote : 852)

정해져 있는 운명 선택할 수 있는 운명

역학 상담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물어오는 질문 중에 하나가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는가?” 이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만약 운명이 이미 정해져있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사람은 성공을 할 수 없지 않느냐는 의문이다.

어떤 역학자들은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운명을 고칠 수 없다고도 한다.
과연 어느 말이 맞는 말인지 운명을 연구하는 사람들조차 혼동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운명에는 분명히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정해져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정해진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 안에서 스스로 수양하면서 선택하고 개척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서 운명에는 그 사람의 타고 난 성격, 적성, 재물의 크기, 명예의 귀천, 결혼운의 길흉 등과 살아나가면서 좋은 운의 시기와 나쁜 운의 시기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직업의 선택, 결혼의 선택, 실행시기의 선택과 자신의 노력 여하 등의 개척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옛날에는 신분의 구별이 뚜렷하여 부모가 농부면 자식도 농부가 될 확률이 90% 이상이었지만 현세에 와서는 부모가 농부라도 자식이 농부가 될 확률은 10% 도 되지 않는다.
부모가 농부이기 때문에 자식이 농부가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은 이미 정해져 있는 선천적인 요소이지만 스스로 공부를 하여 농촌을 떠나 다른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후천적인 개척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옛날과 비교하면 현대인들은 이미 정해진 자신의 복록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이기보다는 후천적인 선택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개척하려고 하는 의지가 훨씬 강하다.

이렇게 우리가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을 命(명)이라고 하고 후천적으로 자신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運(운)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 둘 중에서 타고난 부분이 중요하여 命運(명운)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후에는 후천적인 자신의 선택가능성에 더 치중하여 運命(운명)이라고 부르게 되었을 것이다.

옛날에는 삶 속에서 지나치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면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잘 될 수 있으면서도 잘 되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면이 없지 않았으며 현세에는 너무 지나치게 많은 개척을 위한 선택을 하다보니까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P씨는 서초동에서 지금까지 약 20여년을 한 장소에서 살아오고 있다.
당시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조그만 집을 장만하여 살아오다가 약 10여년 전에 살던 집을 빌라로 고쳐서 퇴직 후 세를 받으면서 편안하게 살고 있다.
P씨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분수껏 자신의 집을 지켜오다가 주변의 주거 상황이 바뀌어 갈 지음에 약간 늦은 감이 있었지만 집을 고치기로 마음먹고 개척을 한 셈이다.
많은 개척이라고 할 수없지만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투자로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시도를 했고 주변의 다른 빌라보다 약간 세를 싸게 받아 빈방이 없이 불경기를 모르고 잘 지내고 있다.
현재도 운이 크게 좋은 편은 아니어서 특별히 돈을 많이 벌게 되거나 성공을 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마음 편안하게 주변 식구들과 어울려 잘 지내고 있다.

이에 비해서 논현동의 K씨는 부모가 유산으로 남겨준 큰 저택과 역삼동에 6층짜리 건물이 있다.
K씨는 돌아가신 부친이 물려 준 사업이 있었지만 사향길이라 판단하여 폐업을 하고 받은 재산을 늘리기 위하여 돈이 될만한 사업을 이것저것 벌렸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하는 사업마다 성공하지 못하고 몇 차례 실패를 거듭했으며 돈을 벌기 위하여 주식에도 투자를 했지만 큰 손해만 본 채 빚이 늘어만 갔다.
건물의 세도 다른 곳에 비해 비싼 편이어서 하나둘 공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건물의 반이 비어있는 상태로 4,5년을 지내오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건물의 세를 좀 내려서 임대를 하라고 조언을 해도 주변에 비해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며 고집을 부리는 통에 좀처럼 임대가 나가지 않았다.
결국 빚에 빚을 불러 논현동의 집을 팔게 되었지만 빚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은 상태로 마음 편할 날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두 사람의 비교가 극단적인 면이 있고 주변의 상황도 다르기는 하지만 운명학적으로 볼 때 적당한 운의 관리와 그렇지 못한 경우의 차이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여년동안 한두번의 적당한 선택으로 운이 그다지 좋지 않으면서도 마음 편하게 살고 있는 P씨와 비슷한 기간에 십여 차례의 불리한 선택으로 비교적 좋은 운임에도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한 K씨의 경우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옛말에 하늘이 내린 어려움은 어찌어찌 피할 수 있으나 자신 스스로 만든 잘못은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사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