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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깡신선(2022-06-17 16:50:55, Hit : 1, Vote : 0
 한국에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엘에이로 돌아왔습니다.
2달 반에 걸친 4년 만의 한국 여행이 너무 가슴에 많이 남습니다.
처음 3주 정도로 생각하고 떠난 여정이 2 번의 연기로 2달 반이 되었지만 만약 3 주 만에 돌아왔다면 너무 아쉬움이 많이 남을 뻔 했었습니다.

거소증만 만들고 바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지만 거소증을 만드는 과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그게 도리어 복이 되었다고 봐야지요..
세상 일은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일이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은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다니 말입니다.

그 동안 한국에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거의 매일 하루에도 점심 저녁으로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면서 제주도, 영월, 양평, 마산 등지를 다녀왔지만 그래도 못 가본 데가 있고 못 만나고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몇 번 연기를 하는 바람에 저녁 8시40분에 타기로 되어 있던 뱅기가 오후 2시 40분으로 바뀌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왔습니다.
저녁 때 뱅기를 타면 두시간 정도 있다가 밥을 줍니다..
그걸 먹고 맥주 한 잔 하고 잠 자는 시간에 맞추어서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또 밥을 주고 영화 한 편 정도 보고 나면 엘에이에 저녁 때 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면 저녁 먹고 식곤증에 다시 푸욱 자고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시차 적응이 되는데..

오후 2시 40분에 뱅기를 타니까 오후 4시 쯤 밥을 주는데.. 그거 먹고도 잠이 안 옵니다.
자라고 기내 불을 꺼주지만 눈은 말똥소똥 하고 영화를 보다 보면 또 하나 또 하나 재미도 없는 영화만 보게 되고..
자려고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으니.. 그러다가 출발지 시간으로 밤 시간이 되어서 자려고 하면 밥 주고.. 그러면 눈은 퀭해져서 그 때부터 비몽사몽 헤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고 엘에이에 도착하면 아침 10시 ... 바깥이 훤한데.. 잠이 옵니까? 그러다가 오후 4시 쯤 되면 밤을 하얗게 새우고 난 후의 피곤함으로 두어시간 낮잠을 자게 되고 저녁 먹고 나면 정신이 말똥소똥 해져서 다시 잠 못자고..
이런 악순화을 한 일주일 정도 하고 나야 도저히 피곤해서 기절하게 되죠..
이 때 갑자기 한 10년 정도 팍 늙어요.. ㅠㅠ

그렇기 때문에 12시간 정도 뱅기를 타야 할 때는 꼭 밤 뱅기를 타세요..
그래야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어쨋던 그래도 한국에서 재밌게 지냈던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직까지는 시차때문에 몽롱한 것이 밤이 낮같고 낮이 밤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룻밤 전만 해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있던 친구들이 한 순간에 2억만리 머나먼 곳에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가고 지금이라도 연신내나 양재동에 가면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을 거 같은 착각 속에서 슬슬 고파지는 배를 부등켜 안고 피자에 맥주로 그리움을 씹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맛이 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으면 맛이 덜하고 맛이 없는 음식이라도 좋은 사람들과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경치도 혼자 보면 머리 속에 오래 남아 있지 않지만 좋은 사람과 같이 한 경치는 마음에 남습니다.

아직도 다녀왔던 서울의 골목 골목길이 눈에 선 합니다..
엘에이에는 그런 골목 길이 없습니다.
서울에는 아직도 옛날 동네에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 들이 있어요..
그게 참 사람의 마음을 잡아 댕깁니다.

개발이 된 곳은 넓직한 도로가 있어서 다니기 편안한 것 같아도 길 다니는 재미가 없어요..
하지만 좁은 골목 길은 길지도 않지만 그 앞에 뭔가 새로운 장면이 나타날 것 같은 기대와 궁금증이 섞인 야릇한 희열을 줍니다.
옛 말에 군자 대로행 이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군자가 되기는 틀린 모양입니다.
이런 골목길을 좋아하는거 보니까.. 노래도 있지요? 골목길 이라는...

골목길을 가다가 그 안에서 먹을 것을 만나거나 가게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꼭 먹어보고 싶고 껌이라도 하나 사야 될 것 같습니다.
주로 골목 안에 있는 식당들은 맛집이 많아요..
동네 사람들을 상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맛 없으면 오래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죠..
요즘은 편의점에 밀려서 많이들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구멍가게가 남아있던 데요..
구멍 가게 앞에도 작은 탁자가 있고 거의 항상 아저씨들 몇 몇이 둘러 앉아 한 잔 기울이며 목소리 높이는 모습이 정겹기만 합니다..
그런 게 사람 사는 맛인데.. 이런 모습을 신도시나 재개발 된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죠..
신도시나 재갤발 단지에는 편안함이 있고 깨끗하게 정리된 세련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인간미 사람 사는 맛은 없어지는 거지요..
그렇다고 개발을 안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옛 모습을 남겨 놨으면 좋겠는데..
내가 묵었던 그 곳도 이제 재개발이 된다고 벌써 떴다방이 들어서고 있더라고요..
가슴에 많이 담아왔습니다. 아마도 다음에 이곳에 올 때는 이 모습이 없을 지도 모르니까요..

골목 안의 구멍가게 주인 아저씨는 동네 사람들에 대해서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큰 길 가의 편의점 알바생은 동네에 뭐가 있는 지도 모르니 누가 사는 지는 더욱 더 모르겠지요..
재개발이 되면 원래 동네 사람들은 다 어디론가 이사가고 그 동네에는 모르는 사람들이 이사오게 되겠지요..
그리고 나면 대부분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살 겁니다. 그렇게 사람 사는 맛 인간미를 잃어가겠지요..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친구들이 있으니 다시 모이면 됩니다..
헤어질 때는 좀 멀리 가야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한국이 좋던데요..
나이 들고 인생 뭐 있습니까? 그래서 자꾸 돌아갈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首丘之心(수구지심) 落葉歸根(낙엽귀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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