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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후 엘에이로 돌아온지 3 주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동안 시차 적응에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요..
2달 반 정도 밀린 여러가지 일도 처리 하느라고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신이 차려지니까 한국에서 지내던 생활과 엘에이에서의 생활이 비교가 됩니다.
우선 엘에이 돌아와서 생활이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엘에이 돌아온 첫날... 뱅기 도착 시간이 오전 10시 정도 였기 때문에 집에 오니까 딱 점심 때가 되었습니다.
당장 집에 먹을 것도 없고 당연히 나가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하다가... 생각을 바꿨습니다.
우선 식당에 가려면 차를 운전하고 가야 하는데.. 혼자서 식당가서 먹기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뭘 먹을까? 뻔해요.. 설렁탕, 해장국, 흑염소탕, 추어탕 정도.. 하지만 혼자서 이렇게 먹는데 무조건 20불(식비 16.5불 + 세금 + 팁 2불, 한국돈 26,000원 환율 1,300원 적용) 들어갑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기다가 차 주차비 3불(한화 3,900원)이 더 붙습니다.
자 이정도면 생각을 좀 하게 됩니다. 거 뭐 혼자서 간단히 점심 먹자고 운전하고 나가기도 싫고.. 혼자서 먹기도 싫고 지금 비상 사태도 아닌데..20불 씩 써가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지도 않는 음식 먹기도 좀 그렇고...
결국 냉장고를 열어서 냉동칸에 보이는 만두와 떡국떡을 넣고 떡만두국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똑 같은 경우 서울에서는 어떻게 해결 했을까요?
숙소에서 바깥에 나가자 마자 식당이 있습니다.
종류도 엄청 많습니다. 짜장면 4,000원(미화 3불), 양평 해장국 9,000원(미화 약7불), 순대국 8,000원(미화 약 6불), 추어탕12,000원(미화 약9불), 흑염소탕 16,000원(미화 약 12불) 운전을 하고 갈 필요도 없고 혼자 가서 먹어도 별 부담이 없습니다.
점심 먹고 슬슬 걸어서 동네 한바퀴 이것 저것 구경하면서 소화도 시키고 보니까 수퍼에 사과가 보입니다..
매일 아침에 사과를 먹기 때문에 사과를 샀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6~7개 정도 들어있는 봉지가 9,000원 사과 개당 1,300원 정도..
그런데 문제는 품질 입니다.
숙소에 가져와서 보니까 사과가 너무 시들어서 이걸 어떻게 상품이라고 돈받고 파는지 갸우뚱 해집니다.
한 3일 지나니까 7 개 중에 2개가 완전히 상하고 썩어버려서 버렸습니다.
지금은 사과 철이 아니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 됩니다.
이런 현상은 대형 마트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미국에서 이런 사과 팔면 당장 들고가서 항의하고 환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게 안되는거 같네요..
엘에이 돌아오자 마자 대형 마켙에 가서 사과를 샀습니다.
사과 1 파운드당 1.69불(한화 2,197원) 입니다.
거의 사과 한개에 한화 2천원 정도 합니다.
크기가 한국 사과의 1배 반 정도 큽니다.
그런데 품질이 엄청 싱싱합니다. 씹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나죠..
미국도 지금은 사과철이 아닐 거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싱싱한 사과를 공급할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일년 내내 사과를 먹으면서도 전에는 이런 생각을 안해봤는데.. 한국 가서 사과를 사 본 이후 이 부분이 엄청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과일들도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사과 사러 갔다가 내가 좋아하는 아보카도도 사고 딸기도 별로 안 비싸길래 샀습니다.
망고도 싸서 사고 싶은데 당이 너무 올라가기 때문에 참았습니다.
붉은 포도는 가득 든 포장 하나에 0.99불(한화 약 1,300원) 싸서 한 봉지 샀습니다. 이거 한 봉지면 며칠을 먹을 겁니다.
한국에는 혼자서도 가보고 싶은 데가 꽤 많습니다.
길을 혼자 걸어가도 재밌는 구경거리도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사람 사는 맛이 납니다.
대중 교통이 너무 잘 되어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굳이 차를 운전하고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교통 체증도 없어서 시간만 잘 계산하면 부담없이 어디든지 갈 수가 있습니다.
남대문 시장에 가서 이것 저것 구경도 하고 필요한 물건도 샀습니다.
배가 출출하면 맛있고 가격 싼 것들도 많아서 아무거나 골라서 입맛대로 먹기만 하면 됩니다.
엘에이에서는 혼자서 가보고 싶은 데가 별로 없습니다.
사실 갈 데도 없습니다.
대중교통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어디를 가던지 무조건 차를 운전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습니다.
관광객도 아닌데 헐리웃이나 디즈니랜드나 산타모니카 비치 바닷가나 유니버살 스튜디오 등등 갈 일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혼자서 그런 데를 가면 아주 처량해집니다.
바닷가 가서 맥주 한 잔 하려고 해도 운전을 하고 가야하기 때문에 술을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혼자 가서 뭐 합니까? 구경 거리도 없고 사람들이 많이 있어봐야 대부분이 외국인 들입니다.
이질감만 느끼게 되고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습니다.
햄버거, 핫도그(한국식 핫도그 아닙니다) 그 외에 간식 들이 위주인데.. 원래 간식류를 잘 안 먹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이 걷습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우선 지하철 까지 걸어가서 계단을 내려가고 올라가고 하다보면 운동이 거저 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서 있으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몸에 힘을 고루 줘야하고 운동이 되죠.
하지만 좀 피곤한 것도 사실 입니다.
나중에는 빈자리를 찾게 되더라고요.. 아~~ 전에는 안 이랬는데.. 이젠 나도 늙었나봐요..늙었지...인정..
자동으로 한국을 다녀오면 뱃살이 빠집니다.
다리는 피곤하면서도 튼튼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는 늙어서 다리가 아플 때도 있습니다.
저녁 때 숙소에 돌아오면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많이 피곤합니다.
정상적으로 생활을 한다면 따로 운동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엘에이에서는 걸어다닐 일이 없습니다.
집 문만 나서면 바로 차 운전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주차장에 주차하고 건물에 들어가면 됩니다.
걸을 일이 없어요.. 그러니까 건강을 위해서 따로 운동을 해 줘야 해요..
바깥에 많이 돌아다녀도 그렇게 피곤하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따로 운동을 해야지 하는 생각이 항상 머리 속에 있기는 한데 그게 마음 같이 되지를 않아요..
정말 작정을 하고 운동을 따로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만날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2 달 반 동안에 내가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서 일부러 쉰 날을 빼고는 거의 매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못 만나고 온 사람들이 있어요..
일부러 만나러 지방에도 가고 서울에서도 거리를 불문하고 만나러 다녔습니다.
같은 사람을 두 번 만나고 세 번을 만나도 재밌고 할 얘기도 많고.. 마음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뭐 꼭 일이 없어도 그냥 만나서 가진게 시간 밖에 없다며 거의 하루 종일을 만나도 헤어지기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고 나중에는 이성을 잃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경우도 많았습니다.
친척 형제들, 동창들, 친구들, 고객들, 일 관련 된 사람들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도 새롭게 만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엘에이에는 만날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들을 하기 때문에 마음 푸욱 놓고 오랜 시간 만날 수도 없습니다.
만나서 하는 얘기도 글쎄요.. 주제가 좀 애매해요..
마음을 완전히 풀어놓고 얘기할 사람들이 드믑니다.
또 마음 놓고 술을 마실 분위기나 시간이 없어요..
대부분 운전을 하고 왔기때문에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집에 갈 걱정이 앞서고..
내일 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찍 헤어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만나면 무슨 용무가 없이는 잘 만나게 되지 않습니다.
또 그 용무가 끝나면 바로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심지어 사교적인 만남이라도 인간적인 만남이라기 보다 사무적인 만남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만남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이야기 하면 사람이 만남에서는 좀 실수도 하고 마음도 열고 풀어지고 해야 하는데..
또 어떤 때는 술을 많이 마셔서 이성을 잃을 때도 있고 해야 인간미가 살아난다고 생각이 드는데..물론 나 혼자의 생각이긴 하지만요..
엘에이에서는 그런 만남이 쉽지 않습니다.
정신을 잃으면 바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엘에이 이고요 내가 위험에 빠지면 나를 대신 보호해줄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옛날에 미국 사람들은 사회가 정글이라고 했어요.. 그만큼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곳이죠..
술을 많이 마셔서 이성을 잃어도 한국 같으면 택시나 대중 교통으로 집으로 갈 수가 있지만 ..
이곳에서는 그게 안됩니다. 항상 차가 있기 때문에 우선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말 술을 많이 마셔야지 하고 우버(한국의 카카오 택시 같은 택시)나 한국 택시를 불러서 가면 오히려 그런 날은 술을 많이 마시게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또 나는 차를 안가지고 왔는데 상대방이 차를 가지고 오면 또 부담이 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술에 취해서 운전을 못하게 되면 그 뒤치닥거리를 누군가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마음 놓고 마실 수도 없는 상황이 되죠..
하여간 엘에이에서는 정신줄을 놓을 수가 없는 항상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럼 엘에이에서의 편안함은 무엇인가..
급한게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바쁘지 않아요..
항상 하던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기본 생활에 익숙해지면 돌발적인 상황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또 대부분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비합리적인 일들이 별로 많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법이 한 번 정해지면 자주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법이 아주 준엄하기 때문에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항상 변화가 많습니다.
자주 비합리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돌발적인 상황이 많기 때문에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도 많습니다..
법이 약하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 할 수 있는 곳도 별로 없고 해소할 방법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경찰이나 법이 해야 할 일을 피해자 본인이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렇다보면 더 억울하죠..
그런 이유 때문에 사회에 불신이 아주 두껍게 깔여 있습니다.
엘에이에서는 안정되기는 했지만 인간미나 재미는 없는 삶이라고 할 수 있고요..
한국은 항상 뭔가 불안하고 바쁘지만 상대적으로 재미있고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이 항상 더욱 바쁘고 움직임이 더 많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안정된 평안한 곳에서는 큰 에너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태가 불안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더 많이 표출 될 수 있는거지요..
어느 곳이 더 좋다고 얘기 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사람이 그립다면 당연히 한국에서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나이들어서 조용한 생활을 하고 싶다면 미국에서 안정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곳이 됐건 나머지 인생을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최고의 천국이 될 것 입니다.
재미있는 지옥과 재미없는 천국 중 어느 곳을 선택 할 것이냐? 지옥을 천국처럼 살 수 있는 지혜와 재미없는데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어느 곳이 되건 모두 천국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그래도 엘에이 돌아와서 자꾸 한국에서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향수병 일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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