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깡신선

(2012-12-08 12:26:52, Hit : 3728, Vote : 599)

사람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해야할 일

요즈음 인터넷에 보면 이런 제목의 글들이 종종 올라옵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관광지 50곳, 죽기전에 꼭 해야하는 10가지 행동,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보약 5가지, 죽기 전에 꼭 만나봐야 하는 첫 사랑...등등...
아니 죽는 마당에 뭐 그렇게 봐야할 게 그렇게 많고 해야 할 행동이 그렇게 많습니까?
지금 나 죽어야 되는데...이거 다 보고 이거 다 하다보면 언제 죽냐구? 이러다가 못 죽는 수가 있는거에요...불행히도..

하여간 이제 한 일주일 있으면 돌아올 기약없이 엘에이로 떠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뭐를 할까 궁리를 해 봤습니다...
가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가기 전에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가기 전에 꼭 보고 싶은 얼굴...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가기 전에......가기 전에.....가기 전에.......

사실 3달 전에 북경에 마지막으로 돌아갔을 때...
이제 가면 언제 오나 훠어이~~~훠어이~~~
그래서 중국을 떠나기 전에 여행이라도 다녀오자....했건만...
막상 북경에 도착하니 마음이 딱 붙어서 떠나지지를 않는 거에요...
오히려 중국에 계속 살아있을 분들은 운남의 보이차 밭에도 갔다온다...
해남도에도 다녀온다...5000미터 짜리 고산에도 갔다온다며 여행을 가는데...
저는 오히려 걍 북경에서 주말 되면 운동하러 가고 ....
주 중에는 걍 붓 글씨나 쓰고....
오히려 전보다 더 더...마음이 북경에 붙어서 어디를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구요...
전에는 여기도 가봐야지 저기도 가봐야지 했는데 정작 떠난다니까...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니까....아무데도 안가지더라구요.....

그와 똑 같이...지금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뭘 할까? 어디를 다녀올까? 누구를 만날까?
그런데....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별로 그렇게 꼭 만나고 싶지도 않고...
북경에 있을 때 한국에 가면 마지막으로 첫 사랑이나 한 번 보고 갈까 했었는데..정작 서울에 오니까....
에휴~~~여기서 살 것도 아닌데 만나면 뭘하냐? 공연히 일만 만드는 거지...불륜 저지를 시간도 없는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걍 있습니다...꼼뿌따나 두들기면서....

한국에서 지난 17년 동안 살면서...10년 넘게 다니던 대부도와 제부도 사이의 선감도에 단골 조개구이집도 없어졌고...오이도의 단골 횟집도 없어졌습니다.
다른 곳에도 조개구이 집 있고 횟집 많은데 왜 그렇게 이곳을 10년 넘게 단골을 했었으냐 하면요...

제가 해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곳에 가면 주인들이 언제 가도 식구 같이 한가족 같이 반기고 인사하고 뭘 더 주지 못해서 안달을 해요...
아니 그 동안 왜 그렇게 안 왔었냐? 어디 갔었냐? 등등.....
그러면서 몇 년 전 추석때는 회 다 먹고 나오는데...집에 가서 전어 구워먹으라고 추석 선물이라고 전어를 한 보따리 싸줘서 잘 구워먹었어요...

선감도의 조개구이 집에 가면 무한 리필인데...물론 다른 곳에도 요즈음 무한 리필 많지만요....
주는 느낌이 달라...느낌이.....
그 조개 구이 집에서 다 먹고 집에 갈 때면 조개며 소라며 한 보따리 싸주면서 집에 가서 구워먹으라고..
그래서 집에 조개구이 전용 조그만 화로까지 있었다니까요....

바로 인정....인정을 느낄 수 있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이 어려운 경기에 버티지 못하고 몇 년 전에 이미 문을 닫았어요...
장삿속이 빠듯한 사람들은 아직도 장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인정많고 정으로 장사하시던 분들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사실 지금도 인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같이 어디를 가고 같이 뭐를 먹고 아니 혼자서라도 인정이 있은 곳이 있으면 찾아가고 했을겁니다..
그런데...이제는 그런 데가 없어요....아니 찾지를 못했겠죠....어딘가 있겠죠...

북경을 떠나 올 때 비교적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었지만 정을 느낄 수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기 전에 주로 그 분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한국에서도 친구들 몇 몇은 만났는데....다들 바뻐서....그냥 정만 확인하고 다음에 보자고 했습니다...

헤어지면 서운하고 다시 못 보면 아쉽고 다시 못하면 안타깝고 (아니 늙어서 안되는 걸 어떠케 하냐구요~~~? 뭘 늙어서 안돼...생각하는 거라구는....그런거 말고...) 이런 게 많을 수록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데....
왜 저는 이렇게 머엉~~~한게 아무 생각이 없을까요?
죽을 날이 멀었나?
그게 아니고 필시 죽은 거나 다름이 없는겨~~~ (죽긴 죽었지.....ㅠㅠ)

참참 어제하고 그제 아침에 다이아몬드 꿈을 꿨어요...
이틀 연속으로 그저께 꿈에는 다이아몬드가 많은 곳에서 헤매다 다이아몬드를 한움큼 쥐는 꿈을 꿨고..어제는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처음에는 작은 것 들이 있었는데..차츰 큰 것들이 보이더니 주먹 만한 핑크색 다이아들이 보이더니 그 사이에 옅은 자주색 다이아가 있어서 저걸로 해야겠다...하다가 깼는데...
그래서 혹시나 에뿐 아줌마라도 하나 만날까 하고 시내를 돌아다녀봤지만....꽝 이에요...꽝....

길에 에뿐 아줌마들은 많은데 한 번 쳐다보지도 않던데 뭘....ㅠㅠ
내가 죽은 줄 다 아나봐...ㅠㅠ (약 먹으면 살아날 지도 모르는데....ㅠㅠ)

하여튼 엇그제 서울에 눈이 많이 왔습니다.
오늘은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 래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라네요...
아침에 서예 배우던데를 갔다 오려고 했었는데...어제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피곤해서 늦잠을 자 버렸네요....
바깥에 길은 미끄럽고 날씨는 추운데....
좁은 방구석에 앉아서 인터넷이나 두들기냐? 아니면 뭔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느냐 이것이 문제네요....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게 가고 싶은 데가 하나도 생각 안나는지? 치맨가?

참참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은 ?

숨을 쉬지 말아야 합니다....숨 쉬면 못 죽어요.....